지훈이네 가게는 치안이 구린 매춘거리에 위치함. 보통 그 거리에서 장사를 잘 해내가는 꼴을 보기 힘든데 워낙 무던한 성격에 험한 꼴을 꽤 많이 봐와서 포주의 손아귀에 머리채가 잡혀 끌려오는 창녀를 봐도 그러려니하며 가게를 잘 꾸려감. 그런 지훈이의 주 업무는 창녀들의 몸에 조직 소유라는 문신을 새기는 거. 조직별로 문양도 다르고 위치도 달라서 지훈은 일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외우게 된게 그거였음. 조직별 문양과 포주들 얼굴. 의외로 무뚝뚝하고 상남자스러운 성격에 지훈은 그 동네 깡패들하고도 꽤 잘 지냄.
그러던 어느날 지훈이 제일 싫어하는 포주가 마른 몸의 남자 하나를 질질 끌고 옴. 남자의 헐렁한 티셔츠 안은 맞은 듯 얼룩덜룩했음. 머리채를 던지듯이 놓은 포주는 담배를 남자의 어깨의 지져 끄며 말함.

 

"이 새끼 등에, 한 달이면 돼?"

 

널부러진 남자의 등을 들춰본 지훈은 포주가 던진 담배꽁초를 지그시 밟음.

 

"한 달이면 좀 빠듯한데요."
"딴 애들 다 킵하고 얘 먼저 해줘. 돈은 더 줄게."

 

왠일로 부탁조래. 지훈은 놀란 마음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꺼내 뭄. 작업을 할 때면 언제나 검은 연기를 뿜는 지훈을 아는 포주는 부탁한다며 지훈의 테이블에 봉투를 내려놓음. 선불인가. 지훈의 어깨를 두드린 포주가 죽은 듯 미동도 없는 남자를 지나침. 그 때 꿈틀거리며 고개를 든 남자의 얼굴은 몸 만큼이나 커다란 멍들이 작은 얼굴의 반절을 가리고 있었음. 부어오른 왼눈은 시뻘건 피가 말라붙은 게 꽤나 크리피한 모습임. 남자는 겨우 고개를 들더니 포주의 뒷모습에 침을 뱉음. 그리곤 터져서 울긋불긋한 입술로 갈라진 목소리를 냄.

 

"뒈져버려... 씨발..."

 

포주가 뒤를 돌아 머리통을 걷어차기 전에 남자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기절해버림.

 

 

지훈은 널부러진 지수를 그냥 시술대로 올려놓음. 별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 상처 치료해줄 정도로 상냥한 성격도 아니고, 작업 준비나 해야겠다 싶음. 그렇게 지수를 없는 취급하며 테이블에 앉아있었음.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지훈의 뒤에서 잔뜩 망가진 목소리가 새어나옴.

 

"담배, 있어요?"

 

잔뜩 꺽꺽대는 소리가 거슬려 짧게 인상을 쓴 지훈이 자켓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한 개피는 남자에게 던지고 한 개피는 자기가 뭄. 남자는 지훈이 엎어놓은 그대로 삐걱이는 팔을 겨우 휘저어 떨어진 돛대를 집음. 엎드린 몸으로 고개만 쭉 빼놓은 자세는 불편할 만도 했는데 뒤척일 마음도 없는지 그대로 담배를 물고 잘근잘근 씹으며 다시 입을 염.

 

"불이 없잖아."

 

뭐 이런게 다 있어. 갑자기 튀어나오는 반말에 지훈은 어이가 없었지만 불 정도는 붙여줄 수 있었음. 불이 붙자 남자는 익숙하게 깊게 빨아들이곤 회색 연기를 뱉으며 고개를 푹 뭉갬. 손가락에 끼워진 담배의 짓이겨진 필터부분에 피가 묻어났음. 문득 든 생각에 지훈이 일어남. 흐리멍텅한 눈이 그런 지훈을 쫓음. 지훈은 자욱한 담배연기를 뚫고 남자에게 다가와 말 없이 더러워진 박스 티셔츠를 들어올림. 예상대로 너덜너덜, 성한 부분이 없었음. 구석으로 가 너저분한 약통을 들고온 지훈이 시술대 옆에 의자를 끌고 앉아 깨끗했을 등을 치료함.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손을 움직이느라 등에 담뱃재가 떨어져도 남자의 등은 잠깐 떨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반응도 없음. 멍 든 등에다 문신을 새길 순 없어 그렇게 조용한 일주일이 지나감.

 

살짝 웃을 때의 인상과 웃음기 없는 얼굴의 차이가 큰 사람이었음. 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온 순영에 대한 지훈의 생각은 딱 그정도였음. 어느정도 상처가 치료되어 구석부터 작업이 시작된 지수의 등을 순영은 조용히 매만짐. 지수는 움찔거리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역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음. 그렇게 지수를 더듬던 순영이 지훈에게 말을 검.

 

"예쁘지?"

문신으로 새길 꽃을 얘기하는 가 싶어 지훈은 고개를 끄덕임. 그러곤 너무 예의없나 싶어 말을 덧붙임.

 

"아주 화려하던데요."
"아니, 얘 말이야."

 

순영이 시술대 옆 의자에 앉아 엎드린 지수의 머리채를 잡아 돌림. 억센 손놀림으로 눈을 마주치게 해 놓고 볼을 쓰다듬는 손은 아주 세심함.

 

"귀엽다니까. 반항만 안하면 좋겠는데".

 

찌푸린 얼굴을 살피던 순영이 아직 붓기가 빠지지 않은 뺨을 톡톡 침.

 

"도망가지 않게 잘 봐둬."

 

자리에서 일어나 상처투성이의 마른 다리를 쓸음. 입맛을 다시는가 싶더니 차가운 얼굴로 다리를 움켜쥠.

 

"이번에는 이 예쁜 다리가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지수를 향한 경고인지. 지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가게를 나서는 순영의 뒷모습을 바라봄. 고개를 묻은 지수의 등이 살짝씩 흔들리는 걸 애써 무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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