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네온사인을 넘어 푸른 목숨들의 일렁이는 춤사위. 거리는 빛과 함께 깨어나 거친 향과 함께 눈을 뜬다. 밤을 도둑맞고 사타구니만이 살아 숨 쉬는 남자들과, 그들을 받아내는 곡선의 여자들도 있다. 연민의 어둡고 습한 바닥을 기는 여자들. 신이 엎질러 놓은 경치, 모두 신경질적이다. 몸을 웅크리고 조심스레 걷는다. 탐욕의 날숨까지 보여주는 거리에서 나는 언제나 서두른다.
지저분한 빛으로 촘촘히 엮인 거리의 세 번째 골목, 세 번째 골목의 가장 안 쪽 창. 달의 뒤편 같은 그 곳에 고개를 드밀면 정말 달빛이 문질러 놓은 듯 한 얼굴이 솟는다. 다정한 듯 헛헛한 웃음 한 번. 기다란 손으로 삐걱 이는 창을 열어젖히면 나는 몇 번 어기적어기적 창틀에 몸을 부딪혀가며 통과한다.
안녕, 공기를 부유하는 내 갈라진 인사. 대답은 없지만 개의치 않는다. 전원우는 원래 말이 없다. 어딜 가도 다리가 턱턱 걸리는 세 평짜리 원룸. 흐트러진 이불 위로 몸을 뉘이자 몇 걸음 만에 내게 다가온다.
"나와, 이불 갤 거야."
씨, 개어봤자 얼마나 넓어진다고. 툴툴대며 동그란 스툴에 올라앉았다. 하도 낡아 삐거덕거리는 게 또 어디서 주워왔을 게 뻔하다. 원우야, 이거 또 어디서 주워왔어? 무시하는 건지 등을 돌리고 옷을 갈아입는다. 십 년은 입은 것 같은 낡은 청바지가 보여주는 단절 없는 가난의 시간. 잘난 얼굴 말고는 모두 가난하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궁핍하지 않을 때가 없었을 거다. 그럼에도 전원우는 담담하다. 깊은 가난을 면면히 유구한다. 나라면 억울해서 진작 뒤져버렸을 텐데. 긴 하품이 나온다. 좀 잘까. 전원우는 또 새벽 내내 알바를 할 테니까. 눈이 살살 감긴다. 구멍 난 양말까지 챙겨 신은 원우가 앞으로 온다. 골똘한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 콧잔등과 이마에 입을 맞춘다. 생각이 바뀌었다. 오랜만에 전원우의 거대한 일상으로 향한다.
무대륙의 소년
전원우를 따라 현관으로 다가가자 무심한 눈이 나를 바라봤다. 따라 오게? 응, 같이 가자. 내가 빠져나올 때까지 문을 붙잡아주는 상냥함. 도로 거두는 시선은 말한다. 그러던가. 헤헤, 기분 좋게 웃고 커다란 걸음에 맞췄다. 절뚝이는 발에 맞춰주는 느릿한 움직임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전원우와 함께 걷는 거리는 희멀겋다. 홀로 웅크린 몸으로 누빌 때보다 느지막하고, 여유로우며, 가만하다. 어지러운 빛들이 전원우의 커다란 색에 먹혀들어가 잔잔해진다. 절름발이와 가난한 남자는 계속 걷는다.
유리문 앞에서 우리는 잠시 망설였다. 들어가고 싶은데, 내가 있으면 전원우는 혼나거나, 잘리거나. 이럴 거면 그냥 집에서 잠이나 잘걸 그랬지. 눈을 끔벅이며 후회하는데 원우는 어느새 문을 잡고 기다린다. 눈치를 보다가 형광색 하얀 빛 속으로 몸을 디민다. 익숙하게 조끼를 걸치는 손길이 무심하다. 괜히 불안해 진열대를 정리하는 전원우의 곁을 맴돌게 된다. 나 진짜 들어와 있어도 되는 거 맞아? 너 끝날 때까지 나가 있을까?
"나 아침에나 끝나. 얌전히 있어."
그냥 집에 있을 걸. 겉보기에도 졸음에 잠겼을 게 분명한 얼굴을 문질렀다. 계산대 안 작은 의자에 몸을 얹혔다. 창고와 진열대를 누비는 전원우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규칙적인 발소리는 자장가, 뭉근한 냄새 사이로 풍기는 너의 냄새는 달콤한 수면제. 목을 긁는 콧노래가 나온다.
새벽의 편의점은 퍽 바빴다. 다른 곳도 그런지, 아님 낮과 밤의 경계가 뭉개진 이 거리에서만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료할 틈 없는 전원우를 바라보는 건 꽤나 흥미롭다. 단단한 듯 부드러운 얼굴의 무뚝뚝함은 그대로인데 한껏 바빠진 손놀림과 낮지만 상냥하게 나가는 말들이 그렇다. 나한테도 그렇게 말해 줘! 한 마디 던져도 기다란 소시지만 하나 던져줄 뿐이다. 조용히 하라는 거지? 나도 다 알아. 급하게 곯은 배 안으로 소시지를 떨어트린다.
사람이 없으면 전원우는 나를 자기 무릎 위에 앉혀놓고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졸음을 감수하면 얻을 수 있는 새벽의 묘미. 나는 또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내 어설픈 멜로디에 코웃음을 치기도 한다. 그럼 나는 전원우의 마른 배를 간질이고 전원우는 손끝으로 내 콧잔등을 괴롭힌다. 허한 새벽을 채우는 전원우의 소리 없는 웃음. 어쩐지 감동적이다.
"쟤는 또 왜 여기 들어와 있어! 장사 망치려고 작정했어?"
잠에 살짝 걸친 발을 서둘러 뺐다. 눈이 번쩍 뜨이는 호통에 나도 모르게 몸을 낮췄다. 머리가 멍멍하고 온갖 소리가 아득하다. 바보같이 떨려오는 몸. 사장의 목소리에 박힌 건 가시보다는 창살에 가깝다. 그의 발길질은 그보다 더 매섭다. 죄송합니다, 지금 내보낼게요. 사과하는 전원우의 목소리가 울리고 동시에 마른 손이 등을 쓸었다.
"놀랐지, 미안해."
쭈그린 몸을 다독이며 일으킨다. 잠시만 나갔다 와, 미안. 심원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아직도 모진 말을 쏟아내는 사장 옆을 지나 원우가 열어준 문을 나선다. 편의점 앞 테이블 앞에선 조용하게 술을 삼키는 사람들. 찬 새벽바람에 역한 냄새가 떠다녔다. 덩달아 메스꺼워져 아까 먹은 소시지를 토해낸다. 몸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새카만 기름도 쏟아졌다. 텅 빈 몸에 한기가 돈다. 눕고 싶다. 다시 오라고 했으니 집으로 가진 않는다.
아무 골목에 들어갔다. 바람이 막혀 아까보다 훈훈한 기분이다. 또 졸음이 밀려온다. 내 얼굴과 어둠 사이 아무것도 없다. 빈틈없는 어둠 속에 온통 꽃이 핀 방 한켠을 만든다. 선잠에 들었다. 작은 소리에도 자꾸만 눈이 떠져 깊게 빠질 수 없었다. 간간히 꿈을 꿨다. 희미한 빛이 도는 별들이 다듬은 꿈. 좋은 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눈을 감자 이번엔 냄새가 방해를 한다. 칼칼한 연기냄새. 이 골목의 품을 더 빌리고 싶었지만 담배는 싫다. 골목으로 남자들 틈을 비집고 나왔다.
목적지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동안 잡다한 생각들이 빈 머리통을 돌아다녔다. 대부분이 과거에 대한 것. 미래를 집필하기엔 희망이 부족하다. 까만 밤하늘 틈으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비가 머리를 치고 지나가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젖는 건 딱 질색이야. 그래도 비 냄새는 좋다. 비 냄새를 맡으면 원우 생각이 난다. 사실 무엇을 하던 원우 생각이 난다. 전원우는 내가 간간이라도 미래를 쓸 수 있게 해준다. 유일하게 미래를 그리게 해주는 흑연 같은 거다. 함께 적은 과거는 짧지만 미래는 길었으면 좋겠다는 허투룬 소망도 적어본다.
전원우를 처음 만난 게 언제더라. 스쳐지나간 다른 얘기들보다 꼬리를 쫓기가 힘들다. 정말 언제더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둘 다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타입은 아닌데. 나는 경계심이 많고, 전원우는 남에게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전원우가 차가운 사람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여유가 없어서 그렇지. 실은 되게 다정하다. 콧잔등이며 이마며 심지어는 미간에까지 입 맞춰주곤 한다.
아닌 척 해도 외로움을 많이 타기도. 슬플 때면 내 뒷목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참는다. 그 가녀린 떨림이 전해지면 나는 정말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이 된다. 몸을 들썩이며 어깨를 쓰다듬고 싶지만 전원우는 뜨거운 숨을 뱉으며 그냥 가만히 있어 달라 한다. 몇 번 그 시간을 견디면 알 수 있다. 결국은 위로가 된다는 거다. 나는 전원우에게, 전원우는 내게.
거리에 가만히 서 있으면 안 되는 거였다. 단단한 몸과 부딪혔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가 훅 끼쳤다. 놀라 뒷걸음질 쳤지만 상대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반질거리는 운동화가 배를 걷어차자 그제야 생각이 났다. 전원우를 처음 만난 날이.
내게는 누이가 있었다. 작고 작아 어느 순간 푹 사라져버릴 것 같은 모습. 계속해서 내 곁을 떠나가던 다른 가족들처럼 어둠에 삼켜질 줄 알았다. 하지만 누나는 하나 남은 나를 지키겠다 그 마른 다리를 놀리고 다녔다. 몸이 약했던 내가 소리 없이 목숨을 삭이는 동안 누나는 소음 속에서 뼈를 녹였다. 누나의 삭은 뼈를 먹고 자란 나는 누나를 따라다니곤 했다. 누나는 밖에서 지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우리는 이름이 없었다. 누나가 죽고 나서는 내가 그 이름을 이어받았다. 불러주는 이는 전원우 뿐이지만.
전원우를 처음 만난 건 누나가 죽은 날이었다. 안 그래도 허약해진 몸에 쓰레기를 쑤셔 넣은 탓이었다. 어쩌면 필연적인 죽음. 나는 뻣뻣하게 굳은 몸에 고개를 묻었다. 그리곤 조그맣게 숨을 쉬었다. 내 숨을 나눠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살. 그 살 위에 뿌려지는 옅은 소금. 조금 있으니 눈물보다 한기가 나를 덮쳤다.
한참을 넋을 잃고 돌아다녔다. 거리의 휘황찬란한 빛도 암흑이었다. 바람이 불어 모래가 눈에 들어와 나는 한참 눈물을 흘렸다. 눈물에 씻겨 모래알이 흘러내려갔는데도 왠지 멈추질 못했다. 그렇게 희뿌연 시야로 비틀대다 오늘처럼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마 누나를 아는 사람인 듯 했다.
"재수 없는 것들!"
낮게 중얼거리며 내 뒷목을 잡아 벽으로 던졌다. 무슨 화가 그렇게 많은지, 널브러진 몸을 몇 번 강하게 밟기도 했다. 남자가 등을 돌리고 나는 곧장 일어났다.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졌다. 커다란 등에 뛰어들어 허리에 매달렸다. 쓰러트리진 못했지만 멍청하게 팔을 휘적이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몸과 달리 단단하게 허리를 쥔 내 마른 팔을 뿌리치는 남자의 손이 아까보다 거칠었다. 그 때구나, 내 오른쪽 발목이 부서진 게. 뼈가 어설프게 붙어버렸는지 아직도 절름발이 신세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욱씬거리는 다리를 느끼며 다시 뛰어들 준비 중이었다. 남자가 다시 다가와 그 커다란 발로 나를 짓이기기 전에 몸을 세웠다. 몸을 낮게 숙이고 눈을 바로 떴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앞으로 전원우가 들어왔다. 이미 날아가 버린 내 손이 전원우의 목 언저리를 스쳤다. 날카로운 손톱에 긁혔는지 작게 피가 맺혔다. 흉터가 남았으려나. 원우는 내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살짝 들어 올리곤 뒤의 남자가 말을 걸기도 전에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오자 아예 다리를 넓게 움직여 달리기 시작했다. 흩날리는 새까만 앞머리. 흐릿하게 지나가는 거리의 조명들은 암흑에서 빠져나와 전원우의 맑은 잿빛의 날개 속으로 몸을 감췄다. 무심한 얼굴로 바람을 스치는 원우를 보면서 나는 만약 회색 천사가 있다면 분명 전원우일 거라고, 적어도 저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 사이 온 몸이 꼬질꼬질해졌다. 적당히 정리해도 흐트러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동이 틀 즈음 돌아갔다. 내 꼴을 보고 전원우는 아닌 척 하며 퍽 속상해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네 쓰다듬 하나면 돼. 얼굴을 비비자 또 조용히 웃으며 푹 젖은 머릴 쓰다듬어준다. 걷어차인 배가 아리지만 나도 마주 웃어보였다. 아까부터 내리던 빗방울이 더 세차졌다. 나를 내보낸 전원우가 비닐우산을 챙겨 나왔다. 발이 젖을 것 같아 발끝을 한껏 세웠다. 흐릿한 하늘에 해가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한 우산을 쓰고 걷느라 원우의 걸음이 더 느려졌다. 평소보다 시간이 배는 걸렸다.
원래대로라면 편의점 알바가 끝난 뒤 집에 들렀다 곧장 공사장으로 간다. 저 마른 몸으로 집채만 한 철골들과 씨름하는 일이다. 그 곳에도 몰래 따라가 봤지만 별로 기분 좋은 곳은 아니었다. 종종 원우와 일을 하는 아저씨들이 먹을 걸 주긴 하지만, 보통은 위험하다며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그래도 오늘은 비가 오니까. 얼마 뒤면 또 배를 곯겠지만 오늘은 하루 종일 함께 있을 수 있다. 기분 좋은 빗소리다.
"지수야, 나는 고래가 되고 싶어. 이왕이면 하늘도 날아다니는 커다랗고 새파란 고래."
이불을 피고 누운 원우의 품속으로 파고들어갔다. 고래가 뭔지도 모르면서 얼굴을 비비며 수긍을 했다. 잘 어울려. 너랑 딱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원우를 상상해봤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 그 풍경을 올려다보는 나를 안아 함께 구름 사이를 누비는 원우. 부르르 몸이 떨린다. 꼭 그렇게 될 거야. 까칠하게 목을 비집고 나오는 소리. 원우가 피식 웃었다.
"대답하는 거야?"
당연하지. 엄청 잘 어울려, 정말이야. 아까부터 졸았지만 조금 서늘한 체온이 몰려오자 몸이 나른해진다. 팔에 볼을 비비다 하품을 했다. 익숙하게 코끝에 입맞춤. 머리를 쓰다듬다 다시 이마에 한 번 더. 좀 더 품속으로 더 파고든다. 으르렁대기 시작하는 천둥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와르릉. 우레 같은 오토바이 소리에 잠이 깨지만 조금 전까지 꾸던 꿈이 머릿속을 떠돈다. 언뜻 번쩍이는 전원우의 얼굴. 그 위로 환하게 일렁이는 웃음. 전원우의 웃음. 뻐근한 몸을 일으켰다. 깰 기미도 없이 깊게 잠든 얼굴이 평소보다 말라 보인다. 문득 든 생각에 목덜미를 살폈다. 있다. 흉터가. 피부보다 뿌연 색으로 돋아난 새 살이 맨들거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기지개를 키고 창틀에 올라갔다. 살짝 열려있는 틈으로 물이 샌 게 보였다. 젖지 않게 조심하면서 틈을 비집고 밖으로 나왔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하늘은 캄캄하다.
그 노력이 무심하게 나는 금세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됐다. 찝찝하다. 비가 오면 공기는 한 없이 깨끗해진다. 그에 반해 땅의 물은 그저 구정물. 조용히 뒤척이며 혓바닥을 날름댄다. 그래도 반편이 발로 열심히 뛴다. 목 언저리에서 나비가 파닥이는 기분. 차가운 공기가 빠르게 폐를 쓸고 지나간다.
"이 재수 없는 고양이 새끼! 도둑질까지 해?"
뒤통수에는 커다란 고함. 나를 뒤쫓는 무겁게 철벅이는 뜀박질. 몸이 오싹오싹하다. 꿈에서 본 얼굴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달랑거리는 파란 것이 뭔지도 모른 채 계속 달린다. 질퍽하고 어두운 거리를 달린다. 비릿한 물 냄새가 풍겨도 계속 달리고, 달리고, 그리고 퍽.
더러운 흙탕물이 내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물에 젖는 건 싫은데. 어쩐지 편안하다. 차갑던 물이 따스해진다. 나는 자꾸만 졸려 온다. 원우의 품 같기도 하다. 하루 종일 잠만 자냐며 장난 섞인 타박을 하던 낮은 목소리가 떠올랐다. 미안, 졸음에 못 이겨 나는 마지막으로 원우를 부르고 잠이 든다.
물에 젖어 얼룩진 세단이 지나가고 고인 물이 붉게 물든다. 시끄럽게 달리는 차들이 드리운 차가운 베일 밑에는 산산이 부서진 파란 조각, 그리고 역시 비틀려버린 하얀 목숨이 빛을 잃고 가라앉아 있다. 깊은 항해를 멈춘 고래는 거친 아스팔트에 정박해 있다. 거리는 밤이 되면 또 같은 빛을 뱉어낼 것이다. 사람들은 악취를 풍기며 여전히 미로 같은 길을 걷는다. 그 거리의 세 번째 골목, 세 번째 골목 앞의 횡단보도도 없는 작은 도로에 고래를 사랑한 마른 고양이가 꿈도 없는 잠에 든 것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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